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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주체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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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09회 작성일22-10-2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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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기획: 지속가능한 극장]


 

지역 사회 안에서 지속가능성의 영감의 원천이며
행동의 주체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박지선_프로듀서그룹도트(Produce Group DOT) 프로듀서


 

상설기획 ‘지속가능한 극장’의 마지막 연재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축제와 협력하여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작품을 발표한 사례를 다룬다. 본 극장은 공연장 건물 자체를 넘어 지역사회와 생태까지 확장된 관점으로 탄소를 줄이기 위해 지역과의 소통을 넓힌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예술가의 창작활동보다 극장의 하드웨어 변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장에서 예술가들의 고민과 창작이 창작자 자신과 관객에게 괴리감 없이 전달되고 실천될 수 있을 것이다. 극장이 이상기후의 대응에 맞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망으로 시야를 넓힐 때에 예술, 극장, 사회, 정치, 환경 간에 새로운 소통의 관계망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기억 속의 호주 시드니의 1월은 뜨겁고 열정적이다. 호주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시드니 하버로 몰려들어 한 여름의 태양과 바람 그리고 시드니 페스티벌을 즐기는 모습은 시드니를 넘치는 에너지로 채웠다. 2년간의 팬데믹으로 관광객의 발길도, 축제도 멈추었던 시드니 하버에 올해 1월 크레인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하나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오랫동안 에어리얼 공연을 제작해 온 렉스 온 더 월(Legs On The Wall)의 신작 <해빙 THAW>이다. 공연은 정오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장장 8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얼어붙은 세계에서 고립된 한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공중의 얼음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세계의 시스템이 붕괴되기 까지는 얼마나 남은 것일까? 얼음 위의 퍼포머는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본 작품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 이하 SOH)와 시드니 페스티벌과 협력하여 초연되었으며, 얼음을 얼리고 리허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등 작품 창작 과정에 있어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을 했다. 특히 SOH는 최근 GBCA(Green Building Council of Australi)로부터 별 5개의 친환경 인증을 받았으며, 2017년부터 구체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해 나가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에 앞서 이들은 어떤 환경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공연장 건물 자체를 넘어 지역사회와 생태계까지 확장되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 SOH의 오랜 시간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SOH는 환경 지속 가능성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지속가능성 정책(Environmental Sustainability Policy) 아래 전략(2018-23)과 환경 행동(2020-23)을 세우고 실천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들의 지속가능성 정책의 핵심은 SOH의 지역 내 기여이다. 지역의 문화, 경제,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고 천연자원과 환경을 보존하고 지역 사회 안에서 리더 되기를 목표로, 직원, 파트너 및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영감의 원천이 되며, 조치를 취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SOH는 또한 국제 사회의 리더로서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유엔의 지속 가능한 목표(United Nation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첫째, 양질의 교육 목표를 위해서는 SOH의 공연 작품 제작 및 유통 과정에 지속가능성 메시지를 담아 관객에게 전달하며, 오페라 하우스의 직원들을 교육하고, 전담 그린 챔피언(지속가능성 전문 직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와 리더십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두 번째,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목표를 위해서는 SOH 내 노동권을 보장하고, 조직과 사업 운영에서 다양성과 인권을 옹호할 것을 내세우고 있다. 세 번째, 기후 행동 목표를 위해서 SOH는 2023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 감축하고, NSW지역의 재생 에너지 발전에 투자를 함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복원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기후행동을 통해 기후대응의 긍정적인 경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해양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 보호 목표 달성을 계획안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SOH가 위치하고 있는 베넬롱 포인트(Bennelong Point) 주변의 해양 서식지를 복원하고 생물 다양성의 균형을 만들기 위해 2019년 해양 생태학 전문가들과 연구를 통해 인공암초(Artificial reef)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실현했다. 시드니 항구 해안선은 폭풍과 침식으로부터 기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60% 이상이 방파제로 바뀌었, 작은 물고기의 자연 서식지가 박탈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이들에게 다시 서식지를 되찾아 주기 위한 것이다. 구조물은 해조류와 해양 생물로 뒤덮여 작은 물고기들의 서식지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와 더불어 육상 생태계 보호 목표를 위해서는 2023년까지 용지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사무용 용지를 100%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1 인증 또는 재활용품 사용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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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f-3x4>, 이미지 제공: 박지선

SOH의 2020-2023 환경 행동 계획은 네 번째 행동 실천이며, 지속가능성은 이미 오페라 하우스 모든 일의 핵심이 되었다. 2023년은 오페라 하우스가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이들은 구체적이고 야심찬 행동 계획을 통해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성 리더로서의 역할을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행동 계획은 크게 건물, 사람, 경험의 세 축으로 짜여있다. 첫째, ‘건물’에서 에너지는 2023년까지 20% 에너지 절감 목표 달성과 함께 에너지 효율성을 통한 추가 절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자원의 효율적 사용,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재료 사용 및 조달,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85%까지 재활용률을 높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순환 경제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연장의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는 탄소 중립을 넘어 변화하는 기후 영향에 대비하고, 적응하며 경험을 공유하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책무를 환기하고 있다. 두 번째 ‘사람’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통해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모든 일에 적용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직원, 후원자 및 커뮤니티를 자연과 연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 키워드 ‘경험’은 오페라 하우스의 현재 및 미래의 파트너 및 더 넓은 커뮤니티와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SOH가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함께 달성해 나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과 실천은 오페라 하우스의 방문객과 관객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누군가에게는 관광지이며, 누군가에는 복합문화시설이고, 공연장으로 인식될 것이다. 하지만 본 극장은 스스로 시드니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건축물, 관광 포인트,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성격에 가두어 놓지 않는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담대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마주하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영감의 원천과 실천의 주체가 되고 있다.

  1. 1)FSC(Forest Stewardship Council)는 산림이 손상되는 생산 방식을 막고,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해당 인증은 목재·종이 제품의 원자재 시장과 관련한 인증 가운데 환경적, 사회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기준이다.
박지선_프로듀서그룹 도트(Producer Group DOT)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박지선은 연극, 무용, 다원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걸쳐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축제, 레지던시 기획, 공연예술작품 제작 및 국제 네트워크(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APP)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 경계, 기술과 예술, 기후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예술가와 새로운 탐험을 하며 예술활동과 실천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jisunarts@yahoo.com